“온도는 알겠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하죠?”… 팜커넥트가 AI로 답하는 농사의 질문
디잡뉴스 조회수     15

사진 출처 = 커넥트비 수정벌 활동 탐지 기술 (팜커넥트 홈페이지)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25도, 습도는 80%. 스마트폰에 숫자는 뜨는데, 창을 열어야 할지 물을 줘야 할지는 여전히 농민의 몫이다. 팜커넥트가 농업 현장을 5,000번 넘게 찾아다니며 들은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농민분들이 가장 어려워하셨던 게 이 데이터의 해석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래서 작물이 지금 잘 자라고 있는 거냐 못 자라고 있는 거냐였어요.”

디잡뉴스와 만난 팜커넥트 김수진 이사는 회사가 하는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온실에서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농민에게 필요한 조치를 알려주는 것. 환기를 해야 할 때인지, 물과 비료는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판단을 돕는 것이 팜커넥트의 주력 사업이다.

 

센서를 달고 난 다음의 문제

팜커넥트는 2019년 설립된 농업 AI 기업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투자를 받은 연구소기업이다. 센서와 제어기도 판매한다. 다만 김 이사는 회사 소개에서 AI 서비스를 먼저 짚었다.

“저희가 하드웨어도 판매하고 있지만, 메인 제품은 사실 그런 AI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센서가 알려주는 수치를 재배에 활용하려면 해석이 필요하다. 같은 온도라도 어떤 작물을 키우는지, 그동안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달라진다. 농사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는 이 판단이 어렵고,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사람도 해마다 달라지는 날씨에 대응해야 한다.

팜커넥트는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의 데이터를 서버로 받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자사 제품 외에 이미 설치된 다른 업체의 센서도 연동할 수 있다. 농민은 앱이나 웹에서 분석 리포트를 읽고, 알림을 받아 농장의 상태를 확인한다. 데이터가 분 단위로 들어오는 만큼 리포트도 계속 갱신된다.

서비스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농민이 수치를 하나하나 해석하는 부담을 덜고, 작물이 잘 자라도록 관리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작물은 지난 300일을 기억한다

김 이사는 AI 분석에서도 얼마나 긴 기간의 데이터를 살피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작물의 현재 상태에는 심은 날부터 겪어온 환경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며칠의 기록만 읽어서는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땅의 온도 등이 분 단위로 쌓이면 데이터의 양은 상당해진다. 이를 한꺼번에 AI에 넣는 데는 한계가 있다. 팜커넥트는 데이터를 나눠 살피고 필요한 내용을 여러 차례 검토하는 ‘멀티 에이전트’ 방식을 적용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자체 운영하는 거대언어모델로 300일 이상의 환경 기록을 분석해 리포트를 제공한다.

“저희만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쪼개서, 데이터를 여러 번 들여다보고, 필요에 의해서 나눠서 분석하는 거예요.”

작물별 재배 매뉴얼도 함께 참고한다. AI가 관련 자료를 찾아 분석에 활용하는 검색증강생성(RAG) 방식이다.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에 작물별 재배 지식을 더하는 셈이다.

인터뷰 당시 팜커넥트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농가는 전국 약 850곳. 토마토와 딸기를 비롯한 시설원예 작물 10종 이상을 다루고 있다. 김 이사는 이들 농가의 누적 데이터와 매뉴얼을 바탕으로 작물에 맞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벌통을 사다 놓으면, 벌은 일을 할까

인터뷰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벌 이야기였다. 온실 환경과 작물을 분석하던 팜커넥트는 한 농민의 경험담을 듣고 벌통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벌이 수분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확에 큰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벌통만 사두면 수분 작업을 제대로 하는 걸까 생각했는데, 어떤 농민분이 벌이 제대로 작업을 안 해서 수확량이 완전 망했다고 하셔서 벌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시설원예 농가에서는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을 들인다. 하지만 벌통에 벌이 많이 보인다고 수분 활동까지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벌통을 언제 바꿔야 할지 판단하는 일도 농민에게는 쉽지 않았다.

팜커넥트가 개발한 ‘커넥트비’는 벌통 입구의 카메라로 벌의 출입을 살핀다. 암벌과 수벌을 구분하고, 돌아오는 벌이 뒷다리에 실어 나르는 꽃가루의 양을 측정한다. 이렇게 모은 정보로 수분 활동과 벌통 상태를 분석해 교체 시기를 판단하도록 돕는다.

벌을 더 많이 들여놓는 것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김 이사는 꽃의 양에 비해 벌이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가 된다고 했다. 같은 꽃을 반복해서 건드려 꽃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농가에 필요한 것은 벌의 수가 많고 적음을 넘어, 실제로 얼마나 활동하는지 알려주는 정보다.

기술적인 난점도 있었다. 벌은 작고 빠르다. 이를 카메라로 인식하려면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농가에 값비싼 장비를 들이도록 하기는 어렵다. 팜커넥트는 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에서도 벌의 활동을 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했다.

커넥트비는 CES 2025 푸드·애그테크 부문 혁신상에 이어 2026년 제11주 차 IR52 장영실상을 받았다. (CES 공식 수상 소개IR52 장영실상 공식 소개)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기까지

농민에게 AI 서비스를 익숙하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경험으로 농사를 지어온 이들에게 데이터를 따로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 처음부터 와닿지는 않았다. 비용도 걸림돌이었다.

“농민한테 구독료를 내세요 하면 사실은 어려워요.”

팜커넥트는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서비스를 보급하고 있다. 지역의 스마트농업 지원 사업을 통해 농가가 분석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 이사에 따르면 인터뷰 당시 전국 약 10개 시군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약 850농가의 서비스 이용도 대부분 이러한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김 이사가 농업기술센터에 제안한 것은 이미 보급된 장비를 더 잘 쓰게 하자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센서 보급이라든지 제어기 보급을 할 게 아니라, 이런 스마트농업 서비스를 보급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거죠.”

현장에서도 변화가 보인다고 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농사를 짓는 농가의 경험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농장 데이터를 AI에 직접 물어보는 농민도 있다고 김 이사는 전했다. 팜커넥트는 농민이 자료를 따로 모아 입력할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편의성을 내세운다.

 

어느 구역의 잎을 따야 하는지까지

팜커넥트는 온실 환경을 분석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작물의 모습을 함께 살피고 있다. 카메라 영상으로 줄기와 잎, 과실을 구분하고, 잎이 처졌는지나 과실이 얼마나 익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김 이사는 농민들로부터 “지금 어느 구역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안내받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잎이 지나치게 빽빽한 구역은 정리하도록 알려주고, 과실 상태에 따라 작업을 안내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환경 수치로 내린 판단을 실제 작물의 모습과 대조하는 데도 영상을 활용한다.

병해가 발생했던 시점과 당시의 환경 기록을 모아, 비슷한 조건에서 발생 위험을 미리 살피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후의 목표는 분석과 온실 제어를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온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서 나아가, 온도 흐름상 30분 뒤 더 더워질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창을 열도록 하는 식이다.

인터뷰 당시에는 농민이 앱의 리포트와 알림을 확인한 뒤 조치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자동 제어는 제어기와의 연동을 진행 중이며, 향후 농가의 동의를 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초보 농민도 재배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농업 자체에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새롭게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김 이사는 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AI 기술을 직접 경험해 보라고 권했다. 변수가 많은 농업에서는 작은 차이 하나가 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기록을 살펴보며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농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농업이 우리 먹는 것, 먹거리, 식량 쪽에 다 연결돼 있는 굉장히 중요한 1차 산업이어서 농업 자체에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 이사는 농업에도 AI를 적용해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봤다. 국내 농업이 해외로 뻗어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온실 안에서 필요한 조치를 알려주고, 눈으로 가늠하기 어려웠던 벌의 활동을 확인하는 일. 팜커넥트는 농민이 매일 부딪히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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