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데이터라는 건 모든 산업 분야에서 다 쓰는 자산입니다. 두부 공장에서는 두부를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재고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핵심이거든요. 기상 데이터로 100개 만들 걸 50개만 만들면, 그게 바로 경제적 가치입니다."
수문(水文)·기상 관측 장비 전문 기업 세종강우의 신대윤 대표는 기상 데이터의 산업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내일 비가 오느냐'를 넘어, 데이터가 각 산업의 의사결정과 결합될 때 비로소 진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디잡뉴스가 신 대표를 만나 한국 기상산업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들었다.

수자원공사 사내벤처 1기에서 출발하다
세종강우의 시작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사내벤처 제도였다. 신 대표는 원래 수자원공사 직원이었다. 2018년 사내벤처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서, 그는 K-water 사내벤처 1기로 선발됐다.
"기존 직원들에게 창업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직접 창업해보라는 거였죠. 그 1기로 선발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회사 차원의 지원이 든든한 출발점이 됐다. 초기 1년간 급여가 지급됐고 창업 자금도 지원받았다. 단독으로 창업하는 것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종강우가 선택한 첫 제품은 강수량계였다. 수문(水文)과 기상(氣象)을 결합한 '하이드로메테오롤로지(Hydrometeorology)' 영역의 관측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 회사의 출발점이었다.
장비를 넘어 '데이터 비즈니스'로
신 대표의 비전은 관측 장비 개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가 진짜 그리고 있는 그림은 기상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융합 서비스다.
그가 즐겨 드는 사례가 '두부 공장' 비유다. 두부 공장의 가장 큰 고민은 생산이 아니라 재고다. 만든 두부를 다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여기에 기상 데이터를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상 전문가, 경제 전문가, 식품 생산 전문가가 함께 모여 앱을 만드는 거죠. '내일 날씨가 어떻습니까'가 아니라 '내일은 두부를 몇 모 만드세요'까지 추천해주는 겁니다. 공장은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대로 만들면 됩니다. 굉장히 큰 산업 가치가 있는 거죠."
이는 두부 공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항만 물류가 대표적이다. 항구에서는 바람과 파도 데이터를 정밀하게 알아야 선박 접안과 하역에 걸리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항만 시설들은 자체 관측 장비를 설치해 그 지점의 정확한 기상 데이터를 확보하려 노력한다. 신 대표는 이 지점에서 민간 기상 기업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정보의 가치는 '타이밍'과 '퀄리티'에 있다
"공공 데이터가 무료로 풀리는데 굳이 돈 주고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신 대표의 답은 명확했다. 정보의 가치는 단순히 데이터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타이밍'과 '퀄리티'**에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받는 '오늘 비 옵니다, 내일 갭니다'는 일반 상식이죠. 하지만 내가 어떤 사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다릅니다. 조금 더 일찍, 더 정확하게, 필요할 때 제공받을 수 있어야 정보의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그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지금은 인공지능을 안 쓰는 사람이 없는데, 그 이유는 써보니 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상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사서 활용했을 때 실제로 수익이 더 생긴다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논리다. 결국 핵심은 인식을 강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객 효용성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일본은 5,000억, 한국은 100억… 거대한 잠재 시장
해외로 눈을 돌리면 가능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민간 기상 산업이 이미 활성화돼 있다.
신 대표가 롤모델로 삼은 곳은 일본의 민간 기상 기업이다. 회사 설립 전부터 그는 일본 기업들과 직접 접촉하며 시장을 조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웨더뉴스(Weathernews)'다. 이 회사 한 곳의 매출만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일본은 웨더뉴스를 비롯해 5,000억 원 이상의 시장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상 데이터를 가공해 파는 전체 시장이 100억 원도 안 됩니다. 수치로만 보면 굉장한 블루오션인 거죠."
격차가 크다는 것은 곧 성장 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민간 기상 회사가 수자원 관리, 항공, 산업 전반에 예보 정보를 제공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한국 시장이 이제 막 형성 단계에 있다는 점은, 먼저 자리 잡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

관측은 민간, 핵심은 국가… 역할 분담이 열쇠
신 대표는 한국 기상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방향도 제시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영역에 집중하고, 산업적 활용 영역은 민간이 맡는 역할 분담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한 문제를 책임지면 됩니다. 관측이나 산업 활용은 민간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거든요."
호우주의보·태풍경보처럼 법령과 연계된 공적 영역은 국가가 담당하고, 특정 산업과 고객을 위한 맞춤형 기상 정보는 민간이 가공·제공하는 구조다. 일본은 이미 이런 체계가 법·제도적으로 정비돼 있다. 한국도 민간의 기술 수준이 충분히 성숙한 만큼, 점진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가치를 높이면, 시장은 따라온다"
신 대표가 그리는 미래는 분명하다. 기상 데이터가 각 산업의 도메인 지식과 결합해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그는 이 변화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
"매력이 없는 게 아니라, 가꾸면 매력이 생기는 겁니다. 고객 효용성의 가치를 만들어주면 되는 거죠."
이제 막 첫발을 뗀 한국 기상산업. 그 길을 묵묵히 닦아가고 있는 세종강우의 도전이, 머지않아 블루오션의 문을 활짝 여는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